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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밥을 많이 해두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먹을 만큼만 소량으로 밥을 하고 그때그때 다 먹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집에서 끼니를 제때 해결하기 어려운 날이 종종 생기면서 밥이 애매하게 조금씩 남기 시작했습니다.
한 공기도 안 되는 밥 때문에 매번 고민하다가 냉동실에 보관한 뒤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밥 용기를 주문했습니다.
직접 써보니 생각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남은 밥을 버릴 걱정도 줄었고, 밥을 새로 해야 한다는 부담도 어느 정도 없어졌어요.
무엇보다 의외였던 건 밥맛이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냉동했다 데운 밥인지 눈치채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밥은 냉장보관보다 냉동보관하는 것이 정말 나을까요?
밥맛을 생각하면 냉장보다 냉동이 유리한 이유
밥을 며칠 냉장고에 넣어두면 처음보다 단단하고 푸석해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밥의 수분이 날아가서만은 아닙니다.
밥을 지으면서 호화된 전분은 식고 보관되는 과정에서 다시 규칙적인 구조를 만들어가는 '전분 노화(retrogradation)'가 진행됩니다.
이런 변화는 밥이 단단해지고 찰기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줍니다.
냉장 보관한 밥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품질 변화이기도 합니다.
반면 냉동은 이런 변화를 늦추는 데 유리합니다.
조리된 밥의 냉동 조건을 연구한 자료에서도 빠르게 냉동한 뒤 -18℃에서 보관했을 때
전분 노화가 억제되고 밥의 질감이 비교적 잘 유지됐습니다.
그래서 며칠 뒤 먹을 밥의 맛과 식감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라면 냉장보다 냉동이 더 적합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냉동밥을 처음 데워 먹고 생각보다 갓 지은 밥과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꼈던 것도 이런 보관 특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냉동밥은 언제 얼리느냐도 중요하다
냉동한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남겨둔 밥을 나중에 얼려도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밥은 보관되는 동안 계속 품질 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오래 냉장했다가 냉동하기보다는,
남길 밥이라면 처음부터 1회 먹을 양으로 나누어 빨리 식히고 냉동하는 편이 좋습니다.
빠른 냉각과 냉동이 밥의 노화와 질감 유지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기 시작한 전자레인지용 냉동밥 용기가 편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밥이 남았을 때 한 끼 먹을 만큼씩 따로 담아 냉동해두면 다음에 필요한 것 하나만 꺼낼 수 있습니다.
큰 통에 여러 공기를 한꺼번에 얼리는 것보다 다시 나누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보관할 때는 뚜껑이 잘 닫히는 용기를 사용해 수분 손실과 냉동실 냄새가 배는 것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뜨거운 밥은 완전히 식을 때까지 밖에 둬야 할까?
여기서는 맛만큼 식품 안전도 생각해야 합니다.
밥을 상온에서 오랫동안 식히는 방법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미국 FoodSafety.gov에서는 조리된 밥을 포함한 상하기 쉬운 음식은 조리 후 2시간 이내에 냉장 또는 냉동하도록 안내합니다.
많은 양은 작은 용기에 나누어 담으면 더 빠르게 식힐 수 있습니다.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밥에 대해서는 더 보수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남은 밥을 가능한 빨리, 이상적으로는 1시간 안에 식히고 냉장하라고 안내합니다.
쌀에는 조리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Bacillus cereus 포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뜨거운 밥을 실온에서 완전히 식힌 다음 몇 시간 뒤 냉동한다'는 방식보다는
먹지 않을 밥을 작은 용기에 나누어 담아 오래 방치하지 않고 빠르게 냉장 또는 냉동하는 것이 안전 측면에서 낫습니다.
냉동밥을 데울 때는 수분을 지키는 것이 핵심
제가 냉동밥을 먹어보고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웠는데도 밥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점입니다.
냉동밥은 굳이 냉장실에서 완전히 해동한 다음 데울 필요가 없습니다.
USDA에서도 냉동된 leftovers를 해동하지 않고 바로 전자레인지 등으로 재가열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집에서는 다음처럼 해두면 간단합니다.
밥이 남으면 한 끼 분량씩 나눈다.
오래 실온에 방치하지 않고 빠르게 냉동한다.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밀폐 가능한 용기를 사용한다.
먹을 때는 냉동 상태에서 전자레인지로 충분히 가열한다.
가운데까지 골고루 뜨거워졌는지 확인한다.
전자레인지 출력과 밥의 양, 사용하는 냉동밥 용기에 따라 필요한 가열 시간이 달라지므로 무조건 몇 분이라고 정하기보다는
제품 사용법을 기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식품 안전 기준으로 USDA는 남은 음식을 재가열할 때 중심부가 74℃(165℉)에 도달하도록 권고합니다.
냉장밥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냉장과 냉동 중 하나가 항상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곧 먹을 밥이라면 냉장보관도 가능합니다.
다만 냉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밥의 전분 구조가 변하면서 단단해지고 찰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냉장 조건에서 밥의 전분 재배열이 냉동 조건보다 뚜렷하게 나타난 결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언제 먹을지 모르거나 여러 끼를 미리 준비하려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소분해 냉동하는 쪽이 편하고 밥맛 유지에도 유리합니다.
저처럼 그동안 먹을 만큼만 밥을 해왔다면 굳이 냉동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밥이 조금씩 남기 시작하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더라구요.
남은 밥을 처리하는 방법 정도로 생각했던 냉동보관이 오히려 '시간 있을 때 밥을 해두는 방법'이 된 겁니다.
특히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한 끼씩 나누어 놓으니 꺼내서 데우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밥맛도 제 기준에서는 만족스러웠는데요.
냉장고에서 며칠 굳은 밥을 먹는 것과 냉동해 두었다가 바로 데운 밥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이제 저는 후자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밥이 애매하게 남았다면 냉장고 한쪽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기보다
먹을 만큼 소분해서 빨리 냉동해두는 것이 맛과 편의성 모두 챙기기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