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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과 들기름은 모두 고소한 향이 매력적인 식재료지만, 보관 방법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참기름은 서늘하고 어두운 실온에 보관할 수 있는 반면, 들기름은 개봉 후 냉장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두 기름의 지방산 구성과 산화에 대한 안정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들기름은 공기와 빛, 열에 노출되면 산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보관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참기름 →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한 실온 보관 가능
들기름 → 개봉 후 밀봉하여 냉장보관 권장
공통 → 열·빛·공기 접촉 최소화
참기름 혼합 → 산화 안정성 개선 가능, 냉장보관 대체 불가
참기름과 들기름, 왜 다를까?
참기름은 참깨에서, 들기름은 들깨에서 추출합니다. 원료가 다른 만큼 기름을 구성하는 지방산의 종류와 비율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들기름에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알파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알파리놀렌산은 여러 개의 이중결합을 가진 다중불포화지방산이어서 산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이것이 들기름을 보관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들기름의 좋은 성분을 유지하려면 산화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참기름에는 세사민을 비롯한 리그난 계열 성분과 항산화 관련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성분과 지방산 구성의 차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참기름은 들기름보다 산화 안정성이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참기름이 산패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참기름도 오래 보관하거나 높은 온도와 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참기름은 실온에 보관해도 될까?
참기름은 제품에 별도의 냉장보관 지시가 없다면 서늘하고 어두운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온이라는 말이 아무 곳에나 놓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스레인지 바로 옆이나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처럼 온도가 자주 올라가는 장소는 피해야 합니다. 요리할 때 사용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불 가까이에 놓아두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저는 참기름을 보관할 때도 기름병의 뚜껑을 잘 닫고 열과 빛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장보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참기름은 낮은 온도에서 일시적으로 뿌옇게 보이거나 일부 성분이 굳을 수 있어 사용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주방이 지나치게 덥거나 장기간 보관해야 한다면 냉장보관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품 용기에 표시된 보관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들기름은 냉장보관이 좋은 이유
들기름은 참기름보다 산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개봉 후 냉장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기름의 산화 반응이 느려집니다. 따라서 냉장보관은 들기름의 품질 변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냉장고에 넣었다고 산패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병 안에 공기가 많이 남아 있거나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으면 냉장 상태에서도 산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냉장고 문 쪽보다는 안쪽처럼 온도가 비교적 일정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주 열고 닫는 큰 병 하나보다 실제 사용량에 맞는 작은 용량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어머니께 배운 참기름 혼합법
참기름과 들기름은 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자극될 만큼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입니다. 특히 들기름은 보관할 때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 배운 방법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들기름병에 참기름을 조금 섞어 넣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들기름병에 참기름을 밥숟가락으로 2~3숟갈 정도 넣는 방식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이렇게 보관하시는 모습을 보았고, 자연스럽게 저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방법으로 보관한 들기름이 산패되어 버렸던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참기름을 섞는 행동이 실제로 들기름의 산패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까요?
참기름을 섞으면 산패가 늦어질까?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참기름 혼합이 다른 식물성 기름의 산화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989년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참기름과 여러 식물성 기름을 3:7 중량비로 섞은 뒤 산화 안정성을 비교했습니다. 여기에는 들기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 참기름을 혼합한 기름은 과산화물가 변화 등을 기준으로 산화 안정성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서 사용한 참기름 비율과 제가 집에서 사용하는 2~3숟갈은 같은 조건이 아닙니다.
들기름병의 용량에 따라서도 실제 혼합 비율은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몇 숟갈을 넣으면 산패가 얼마나 늦어지는지, 보관 기간이 몇 배 늘어나는지까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제가 산패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 참기름 혼합 덕분인지, 냉장보관이나 사용 기간 등 다른 조건 때문인지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방법을 산패를 완벽하게 막는 비법보다는 보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추가적인 방법으로 생각합니다.
참기름을 섞어도 들기름은 계속 냉장보관하고, 가능한 한 신선할 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들기름 오래 보관하는 방법
들기름을 오래 보관하려면 특별한 재료를 추가하는 것보다 기본적인 보관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첫째, 개봉한 들기름은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저온에서는 산화 속도를 늦출 수 있으므로 사용한 뒤 곧바로 뚜껑을 닫아 넣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빛을 최대한 차단합니다. 갈색 유리병이나 차광 용기를 이용하고, 투명한 용기라면 불투명한 포장으로 빛을 가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셋째, 공기와 접촉하는 시간을 줄입니다. 사용 후 뚜껑을 단단히 닫고, 병 입구에 묻은 기름도 깨끗하게 닦아 관리합니다.
넷째, 처음부터 적은 용량으로 구매하는 방법입니다. 사용량이 많지 않은 가정이라면 대용량 한 병보다 작은 병을 필요할 때 구매하는 것이 산패 위험을 줄이기 쉽습니다.
소분한다면 완전히 건조된 식품용 용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용기에 기름을 옮겨 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패된 기름은 어떻게 구분할까?
기름의 산패는 지방 성분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품질이 변화하는 현상입니다. 처음에는 외관상 차이가 거의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화가 진행되면 평소와 다른 냄새나 맛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소한 향 대신 오래된 페인트나 묵은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평소와 다른 자극적인 맛이 느껴진다면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냄새가 정상이라고 해서 산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산패 정도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별도의 품질 검사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냉장고에 넣은 기름이 일시적으로 뿌옇게 변했다고 해서 무조건 산패된 것도 아닙니다. 낮은 온도에서 일부 성분이 결정화되는 현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관 변화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보관 환경과 제품의 소비기한, 개봉 이후 경과한 시간, 냄새와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계속 지키려는 보관 습관
어릴 적부터 보아온 어머니의 참기름 혼합법은 지금도 제게 익숙한 보관 습관입니다. 그동안 별다른 산패 경험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활용할 생각입니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기름을 얼마나 넣느냐보다 들기름을 어떻게 보관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참기름은 서늘하고 어두운 장소, 들기름은 개봉 후 냉장고. 그리고 두 기름 모두 열과 빛, 공기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관리하면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더욱 잘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