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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한입 베어 물었는데 혀와 입안이 뻣뻣해지는 듯한 떫은맛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감이 덜 달아서 생기는 맛이라기보다 과육에 들어 있는 수용성 탄닌이 침 속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생기는 감각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떫던 감을 후숙하거나 알코올 등으로 탈삽하면 떫은맛이 크게 줄어듭니다. 탄닌 자체가 모두 사라져서라기보다 입안에서 떫은맛을 일으키기 어려운 형태로 바뀌는 것이 핵심입니다.
감의 떫은맛 → 수용성 탄닌의 영향
떫은맛이 줄어드는 과정 → 탄닌의 불용화가 중요
단감 → 수확할 때 이미 떫은맛이 적은 품종
떫은감 → 수확할 때 수용성 탄닌이 많아 탈삽 또는 연화가 필요할 수 있음
감은 왜 입안까지 떫게 만들까?
떫은 감을 먹으면 단순히 쓴맛이 나는 것과 느낌이 다릅니다. 혀와 입안이 마르고 조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감에 들어 있는 탄닌, 그중에서도 물에 녹는 수용성 탄닌이 관여합니다. 감의 프로안토시아니딘 같은 탄닌 성분이 입안의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면서 특유의 떫은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떫은맛을 없애는 핵심은 감을 무조건 더 달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떫은맛을 느끼게 하는 수용성 탄닌을 불용성 형태로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감은 왜 딱딱해도 달까?
단감과 떫은감의 차이를 단순히 '잘 익은 감과 덜 익은 감'의 차이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UC Davis는 감을 수확할 때의 떫은맛을 기준으로 크게 떫은 품종과 떫지 않은 품종으로 구분합니다. 떫은 품종은 과육에 수용성 탄닌을 계속 축적하는 반면, 비떫은 품종은 과실 발달의 이른 시기에 탄닌 축적을 멈추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단감은 아삭한 상태에서도 먹을 수 있습니다. 반면 떫은 품종은 겉으로 주황빛이 잘 들고 먹음직스러워 보여도 입안에 강한 떫은맛이 남을 수 있습니다.
즉 단감과 떫은감은 단순히 숙성 정도가 다른 같은 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떫은 감이 홍시가 되면 왜 달게 느껴질까?
떫은 감이 충분히 연해져 홍시가 되면 강했던 떫은맛은 크게 줄고 단맛이 훨씬 두드러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익으면서 탄닌이 전부 없어졌다'고 이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감이 연화되는 과정에서는 수용성 탄닌이 불용화되면서 입안에서 느끼는 떫은맛이 감소하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수용성 펙틴의 축적 역시 부드럽게 익은 감의 자연적인 탈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떫은맛이라는 강한 감각이 줄어들면 감이 가진 단맛도 상대적으로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홍시가 달게 느껴지는 현상을 단순히 '당이 갑자기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떫은맛을 만들던 성분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소주로 닦으면 떫은맛이 줄어드는 이유
제철 감을 사다 보면 떫은 감이 섞여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상처 없이 깨끗한 감을 골라 소주로 표면을 한 번 닦고, 꼭지에도 소주를 살짝 묻힌 뒤 밀폐용기에 넣어 공기와의 접촉을 줄여둡니다.
보통 하루에서 3일 정도 상태를 보면서 먹는데, 개인적으로는 도수가 높은 소주를 사용했을 때 더 잘되는 것처럼 느낀 적이 있습니다.
이 방법을 단순한 민간요법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감의 떫은맛을 제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에탄올을 이용한 탈삽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에서도 에탄올 처리로 감의 떫은맛을 줄일 수 있음이 확인돼 있습니다.
원리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재미있습니다.
감에 에탄올을 처리하거나 산소가 부족한 조건을 만들면 과육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될 수 있습니다.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떫은맛에 관여하는 수용성 탄닌을 서로 결합시키면서 물에 잘 녹지 않는 형태로 바꾸고, 결국 입안에서 느끼는 떫은맛이 감소합니다.
에탄올 처리
↓
감 내부의 아세트알데히드 축적에 영향
↓
수용성 탄닌의 불용화
↓
입안에서 느껴지는 떫은맛 감소
도수 높은 소주가 더 좋을까?
여기서는 제 경험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사용했을 때는 도수가 높은 소주에서 효과가 더 좋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것만으로 '소주는 도수가 높을수록 탈삽이 잘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에서 에탄올이 감의 탈삽에 이용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실제 결과에는 감의 품종과 숙도, 에탄올 처리 조건, 밀폐 조건과 시간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에탄올 처리 후 과육의 단단함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높은 도수만 좇기보다 먹는 용도로 판매되는 주류를 사용하고, 감의 상태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제가 경험한 하루에서 3일이라는 시간 역시 모든 감에 그대로 적용되는 고정된 공식이라기보다 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개인적인 기준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홍시와 탈삽 감은 같은 결과일까?
떫은맛이 없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감이 홍시처럼 물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알면 감의 변화를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연화와 탈삽은 서로 관련될 수 있지만 같은 현상은 아닙니다.
감이 자연스럽게 연해져 홍시가 되는 동안에도 떫은맛이 줄어들 수 있지만, 에탄올이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면 과육의 단단함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떫은맛을 제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 상업적인 감 탈삽에는 고농도 이산화탄소 처리도 사용됩니다.
그래서 '떫은맛이 없어졌다=홍시가 됐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삭함을 유지하면서 떫은맛만 줄인 감과 과육까지 부드럽게 연화된 홍시는 먹을 때의 상태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떫은 감을 만났다면
제철 감을 샀는데 떫다고 해서 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어떤 품종은 수확할 때부터 떫은맛을 만드는 수용성 탄닌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소주를 묻혀 밀폐해 두었을 때 떫은맛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는데, 자료를 확인해보니 이 방법에는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히드, 탄닌의 불용화라는 원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다만 집에서 처리할 때는 제가 경험한 1~3일이나 높은 소주 도수를 정답처럼 적용하기보다 감의 품종과 숙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단감과 홍시의 차이를 이해하는 핵심도 여기에 있습니다. 감의 떫은맛은 단맛의 반대가 아니라 탄닌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단단하고 아삭한 단감도 달 수 있고, 처음에는 떫었던 감도 탄닌이 불용화되고 과육이 연해지면서 달콤한 홍시로 즐길 수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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