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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양파를 함께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 감자 싹은 오히려 늦게 날까?

Ilikethestock 2026. 8. 25. 18:52

목차


    지난 글에서는 감자에 싹이 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감자 보관법을 찾아보다 보면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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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와 함께 보관하면 감자 싹이 더디게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감자와 양파는 절대 같이 보관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맞는 걸까요?

    저는 가끔 감자와 양파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냉장고 야채박스에 다른 채소들과 함께 넣어두곤 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만 놓고 보면 의외로 감자 싹이 금방 올라온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감자가 생각보다 싹이 잘 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파와 함께 보관하면 정말 감자 싹이 늦게 자라는 효과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감자 자체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제가 해왔던 보관 방식 때문에 생긴 경험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궁금해서 감자 싹과 양파, 그리고 이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에틸렌의 관계를 확인해봤습니다.

     

     

     

    양파와 함께 두면 감자 싹이 늦게 난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에틸렌(ethylene)​을 봐야 합니다.

     

    에틸렌은 식물이 만들어내는 기체 형태의 식물 호르몬으로,

    과일의 숙성과 노화뿐 아니라 식물의 여러 생리 작용에 관여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에틸렌을 이용해 감자의 싹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이 실제로 연구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수미’ 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에틸렌을 짧게 3일간 처리했을 때 휴면 타파가 약간 촉진됐지만,

    저장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에틸렌을 처리했을 때는 감자의 싹 발생이 유의하게 억제됐습니다.

     

    특히 지속적인 에틸렌 처리는 2μL/L와 4μL/L 조건 모두에서 싹 발생 억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에틸렌이 감자 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 자체는 근거 없는 속설이 아닙니다.

     

     

     

    해외 연구에서도 감자 싹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비슷한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2016년 저장 감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감자의 휴면이 끝난 이후 지속적으로 에틸렌을 처리했을 때 싹 성장이 억제됐습니다.

     

    또 2026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에틸렌을 지속적으로 처리한 감자는 처리하지 않은 감자보다

    싹 발생과 성장이 억제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즉, 적절한 조건에서 지속적인 에틸렌 처리가 감자의 싹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을 놓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양파 옆에 두면 같은 효과가 날까?

    바로 이 부분에서 ‘연구 결과’와 ‘생활 속 보관법’을 구분해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연구들은 감자 옆에 양파 몇 개를 놓아둔 실험이 아닙니다.

     

    연구자가 에틸렌의 농도와 노출 조건을 통제해서 감자에 처리한 실험입니다.

    더구나 에틸렌과 감자 싹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존 연구를 검토한 논문에서는 에틸렌이 감자의 싹 성장을 촉진했다는 결과와 억제했다는 결과가 모두 존재하며,

    이런 차이는 감자 품종이나 에틸렌 농도, 처리 시점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짧게 노출했을 때와 지속적으로 노출했을 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연구에서 ‘지속적인 에틸렌 처리가 감자 싹을 억제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양파와 감자를 한 바구니에 넣어두면 → 양파가 에틸렌을 발생시키고 → 연구와 같은 조건이 만들어지고 → 감자 싹이 늦게 난다

    라고 연결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확인한 자료에서도 가정에서 양파와 감자를 함께 보관하는 것이

    연구에서 사용한 지속적인 에틸렌 처리와 동일한 싹 억제 효과를 낸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차이가 꽤 중요합니다.

     

     

     

    그럼 내가 경험했던 감자도 양파 덕분은 아니었을까?

    이 부분에서 제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도 다시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감자와 양파를 냉장고 야채박스에 함께 넣어두는 경우가 있었고,

    그렇게 보관한 감자에서 생각보다 싹을 자주 보지 않았던 것은 제 실제 경험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양파와 같이 둬서 감자 싹이 늦게 났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같은 감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양파와 함께, 다른 한쪽은 양파 없이 동일한 온도와 기간으로 보관해서 비교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 경우에는 냉장고 야채박스에 보관했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감자의 싹 발생은 양파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감자의 품종과 수확 후 휴면 상태, 저장 온도와 기간 등 여러 조건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제가 ‘감자는 생각보다 싹이 잘 나지 않는구나’라고 느꼈던 경험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양파였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느낀 점은 경험 자체는 맞더라도 그 원인을 잘못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감자와 양파는 같이 보관하지 말라고 할까?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에틸렌을 이용해 감자 싹을 억제하는 연구까지 있는데 왜 생활 속 보관법에서는

    감자와 양파를 분리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우선 연구에서 사용한 ‘에틸렌 처리’와 ‘양파와 함께 보관하기’는 같은 보관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감자 싹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일부러 양파와 감자를 한 봉지나 밀폐된 용기에 넣어둘 이유는 없습니다.

     

    감자와 양파 모두 저장 중에는 상태 확인과 통풍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데 몰아넣기보다는

    각각 분리해서 관리하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특히 한쪽에서 무름이나 부패가 시작됐을 때 여러 식재료를 한곳에 넣어두면 상태를 확인하고 골라내기도 불편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감자 싹을 늦추기 위해 양파를 이용하려 하기보다

    감자는 감자대로, 양파는 양파대로 나눠 보관하는 방법이 더 합리적입니다.

     

     

     

    ‘양파가 감자 싹을 막는다’는 말,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이번에 확인하면서 서로 반대처럼 보였던 두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에틸렌을 지속적으로 처리하면 감자의 싹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실제로 있습니다.

     

    반면 에틸렌의 효과는 처리 시간과 농도, 감자 품종과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짧은 에틸렌 처리가 오히려 휴면 타파를 약간 촉진한 국내 연구도 있기 때문에

    ‘에틸렌은 무조건 감자 싹을 막는다’고 단순화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틸렌을 통제해서 처리한 연구 결과가 곧

    ‘양파와 감자를 같이 보관하면 감자 싹이 늦게 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 경험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냉장고 야채박스에 양파와 감자를 함께 보관했을 때 감자 싹을 자주 보지 않았던 경험 자체는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양파가 감자의 싹을 막아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감자 싹을 줄이겠다고 일부러 양파와 붙여 보관하기보다는

    각각 나눠 보관하면서 감자에 맞는 저장 환경을 만들어주는 쪽이 더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감자와 양파를 사게 된다면 같은 감자를 나눠 동일한 장소에서

    ‘양파와 함께 보관한 감자’와 ‘감자만 보관한 경우’를 직접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보면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감자는 원래 싹이 잘 안 난다’는 생각에

    양파가 정말 영향을 줬는지 조금 더 직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