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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똑같은 팬에 구워도 어떤 날은 촉촉하고 부드러운데, 어떤 날은 씹을수록 질기고 퍽퍽합니다.
고기 굽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굽는 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인터넷에서 본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런데 고기가 질겨지는 이유를 살펴보면 단순히 '센 불에 구웠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고기의 부위와 두께, 근육 단백질과 결합조직, 가열 온도와 시간을 함께 봐야 합니다.
고기는 왜 오래 익힐수록 질겨질까?
고기의 상당 부분은 근육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기에 열을 가하면 근육을 이루는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고 수축합니다.
가열 온도가 올라가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근육 섬유가 수축하면서 고기가 처음보다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부드러운 부위를 팬에서 굽는데 필요 이상으로 오래 익히면
겉은 먹음직스럽게 보여도 안쪽은 퍽퍽하고 질겨지기 쉽습니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육즙을 가둔다'는 표현은 조금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팬에서 겉면을 빠르게 구운다고 해서 고기 안의 수분이 완전히 밀봉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고기를 필요 이상으로 오래 가열해 수분 손실을 지나치게 키우지 않는 것입니다.
즉, 부드러운 고기를 원한다면 무조건 육즙을 가두려고 하기보다
원하는 정도까지 익었을 때 가열을 끝내는 것이 더 실용적인 기준입니다.
그런데 오래 익혀야 부드러워지는 고기도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예외가 생깁니다.
모든 고기가 '짧게 구워야 부드럽다'는 것은 아닙니다.
고기에는 근육 섬유뿐 아니라 콜라겐 같은 결합조직도 있습니다.
결합조직이 상대적으로 적고 원래 부드러운 부위는 팬이나 그릴에서 비교적 짧게 조리하는 방법이 잘 맞습니다.
반대로 결합조직이 많은 질긴 부위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부위는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리하면서
콜라겐이 부드러워지도록 하는 찜이나 브레이징 같은 방법이 어울릴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기는 무조건 짧게 굽는다'가 아니라 어떤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느냐입니다.
구이용으로 나온 비교적 부드러운 고기라면 과도한 가열을 피하고,
질긴 부위라면 오히려 시간을 이용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돼지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방법
집에서 돼지고기를 구울 때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것도 굽는 시간입니다.
보통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팬과 기름이 어느 정도 달궈진 다음 고기를 올립니다.
처음부터 차가운 팬에 고기를 넣기보다는 팬이 준비된 상태에서 굽기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팬을 달궜다고 해서 끝까지 강한 불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고기를 올린 뒤에는 주로 중약불 정도에서 상태를 보며 굽는 편입니다.
이미 달궈진 팬에서 조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한 불을 계속 사용하면
겉면 상태만 보고 있는 사이 고기가 예상보다 많이 익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번 구워보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오래 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고기가 덜 익을까 걱정해 계속 굽다가 오히려 질겨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필요 이상으로 오래 가열하지 않는 쪽을 선호합니다.
팬 예열만큼 고기 표면의 물기도 확인한다
팬에서 고기를 노릇하게 굽고 싶다면 표면 상태도 확인할 만합니다.
고기 표면에 물기가 많으면 팬에 올렸을 때 먼저 그 수분을 증발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필요하다면 키친타월로 표면의 과도한 물기를 가볍게 제거한 다음 굽습니다.
비슷한 원리는 생선을 팬에서 구울 때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선 구울 때 껍질이 팬에 달라붙는 이유, 안 벗겨지게 굽는 방법에서도
표면 수분과 팬 온도가 실제 굽는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뤘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팬을 무조건 연기가 날 정도로 과열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코팅 팬이라면 제품에서 안내하는 사용 온도와 예열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돼지고기는 분홍빛만 보고 익었는지 판단하면 안 된다
제가 개인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었을 때 가장 부드럽고 맛있다고 느끼는 상태는
잘랐을 때 속에 옅은 분홍빛이 남아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선호하는 식감과 색에 대한 경험이지, 돼지고기가 안전하게 익었다는 기준은 아닙니다.
익은 고기의 색은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가열한 돼지고기에도 분홍색이 남을 수 있고,
반대로 겉보기에는 익은 것처럼 보여도 색만 가지고 안전한 중심온도에 도달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특히 두꺼운 돼지고기를 구울 때는 색보다 조리용 온도계로 가장 두꺼운 부분의 중심온도를 확인하는 방법이 정확합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돼지고기 스테이크·찹·로스트 같은 통고기의 경우 중심온도 62.8℃ 이상에 도달한 뒤
최소 3분간 휴지하도록 안내합니다. 다짐육 형태의 돼지고기는 71.1℃가 기준입니다.
즉, 제가 좋아하는 '연분홍빛'은 맛을 판단하는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부드럽게 굽고 싶다면 불 세기 하나만 보지 말자
고기가 자꾸 질겨진다면 다음번에는 단순히 불만 줄이기보다 몇 가지를 함께 확인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구이용으로 적합한 부위인지 확인하고, 고기 표면에 과도한 물기가 있다면 닦아냅니다.
팬은 사용하는 제품에 맞게 미리 준비한 뒤 고기를 올립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 이상으로 오래 굽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두꺼운 고기는 겉모습이나 색만 보고 계속 익히기보다
중심온도를 확인하면 오버쿡을 줄이면서 안전 기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불에서 내린 직후 바로 자르기보다 조리법과 두께에 맞게 잠시 두었다가 자르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 통고기의 경우 앞서 설명한 안전 기준에도 최소 3분의 휴지 시간이 포함됩니다.
결국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 특별한 비법 하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위에 맞는 조리법을 고르고, 팬과 고기의 상태를 준비하고, 필요한 만큼만 가열하는 것.
제가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도 결국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덜 익을까 걱정해 계속 굽기보다는 중심온도를 확인하고 적절한 시점에 조리를 끝내는 쪽이
부드러운 고기를 만드는 데 훨씬 이해하기 쉬운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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