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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부쳤는데 가장자리만 잠깐 바삭하고 가운데는 축축하거나 질긴 느낌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기름의 양이나 부침가루 종류부터 바꾸기 쉽지만,
저는 그보다 먼저 반죽을 어떻게 섞었는지와 재료에 물기가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특히 반죽은 매끈하게 만들려고 열심히 저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바삭한 전을 원한다면 반죽을 다루는 방식부터 조금 달리해볼 만합니다.
전 반죽, 머랭 치듯 열심히 섞지 않는 이유
전을 만들 때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품기나 젓가락으로 계속 저어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밀가루에 물을 넣고 섞으면 밀가루 단백질이 물과 만나면서 반죽의 점탄성에 영향을 주는 글루텐 구조가 형성됩니다.
반죽의 농도와 수분량뿐 아니라 섞는 시간도 밀가루 반죽의 물성에 영향을 줍니다.
글루텐 자체가 무조건 바삭함을 방해한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튀김용 반죽에서는 글루텐이 반죽의 부착성과 구조 형성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전처럼 얇고 가벼운 식감을 원하는 반죽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섞어 끈기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제가 전을 부칠 때 사용하는 방법도 이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반죽을 머랭 치듯 빠르게 휘젓지 않고 젓가락으로 살살 달래듯 섞습니다.
가루와 물, 재료가 서로 섞일 정도까지만 움직이고 매끈하고 찰진 반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작은 덩어리 하나까지 없애겠다고 계속 젓지 않는 것이 제가 바삭한 전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지키는 습관입니다.
물도 가능하면 얼음물을 사용합니다
반죽을 만들 때는 미지근한 물보다 차가운 물을 사용하고, 가능하면 얼음물을 준비합니다.
다만 ‘얼음물을 넣으면 무조건 바삭해진다’고 한 가지 조건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완성된 전의 식감은 밀가루 종류와 반죽 농도, 재료의 수분, 반죽 두께, 팬 온도와 기름 등 여러 조건이 함께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얼음물을 사용하는 것과 함께 반죽을 오래 휘젓지 않는 것을 한 세트처럼 생각합니다.
물을 차갑게 준비해 놓고 반죽을 오랫동안 저어 끈기 있게 만들어버리기보다는,
차가운 상태에서 필요한 만큼만 가볍게 섞은 뒤 바로 부치는 방식입니다.
반죽을 미리 만들어 오래 두기보다 부치기 직전에 만드는 것도 이런 조리 방식과 잘 맞습니다.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재료의 수분
반죽만 잘 만들었다고 끝은 아닙니다.
제가 전을 만들 때 또 하나 신경 쓰는 것이 들어가는 재료의 물기입니다.
씻은 채소나 해산물처럼 표면에 물이 많이 남아 있는 재료를 그대로 넣으면 처음 맞춰 놓은 반죽의 수분량이 달라집니다.
특히 채소에서는 조리 전후로 자체 수분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반죽이 예상보다 묽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기가 있는 재료라면 가능한 범위에서 먼저 제거한 뒤 반죽에 넣습니다.
채소를 씻었다면 물기를 충분히 털거나 닦고, 해산물도 표면에 고인 물을 그대로 반죽에 넣지 않는 식입니다.
재료 자체의 수분까지 억지로 없애겠다는 뜻이 아니라 반죽에 불필요하게 더해지는 표면의 물을 줄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원리는 다른 팬 요리에서도 확인하기 쉽습니다.
두부 역시 표면에 물기가 많으면 뜨거운 팬에서 그 물이 먼저 가열되고 증발해야 합니다.
이전에 정리한 두부를 굽기 전에 물기를 빼야 하는 이유, 기름 튐과 식감이 달라진다에서도
표면 수분을 줄였을 때 노릇한 겉면을 만들기 쉬운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을 부칠 때 재료의 물기를 먼저 살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쉽습니다.
반죽을 잘 만들었는데도 눅눅하다면 팬을 확인합니다
반죽을 가볍게 섞고 재료의 물기까지 제거했는데 전이 계속 눅눅하다면 다음으로 볼 것은 팬입니다.
팬이 충분히 준비되기 전에 반죽을 올리거나 한 번에 너무 많은 반죽을 올려
팬의 온도가 크게 떨어지면 수분을 빠르게 날리면서 표면을 익히기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전을 부칠 때는 팬을 먼저 예열하고 기름을 두른 다음 반죽을 올리는 편이 좋습니다.
반죽을 올렸을 때 바로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는지도 확인합니다.
너무 두껍게 펼치는 것도 피합니다. 같은 양의 수분이라도 두꺼운 전은 가운데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겉은 충분히 색이 났는데 가운데가 축축한 전이 만들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팬 조리에서 수분과 온도가 함께 중요하다는 점은
생선 구울 때 껍질이 팬에 달라붙는 이유와 안 벗겨지게 굽는 방법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은 달라도 표면 수분을 관리하고 팬이 준비된 상태에서 조리한다는 기본 원리는 연결됩니다.
제가 바삭한 전을 부칠 때 먼저 확인하는 순서
특별한 재료를 하나 더 넣는 것보다 저는 다음 순서부터 지킵니다.
첫째, 재료의 불필요한 물기를 제거합니다.
씻은 채소나 해산물의 표면에 남아 있는 물을 가능한 범위에서 털거나 닦습니다.
둘째, 물은 차갑게 준비합니다.
가능하면 얼음물을 사용합니다.
셋째, 반죽을 세게 휘젓지 않습니다.
젓가락으로 가루와 물이 섞일 정도만 살살 섞습니다. 매끈한 반죽을 만들겠다고 계속 휘젓지 않습니다.
넷째, 만들어 놓고 오래 기다리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 반죽해 팬이 준비되면 부칩니다.
다섯째, 예열된 팬에서 너무 두껍지 않게 부칩니다.
재료의 수분이 많은데 반죽까지 두껍다면 가운데가 바삭해지기 어려워집니다.
전의 바삭함은 ‘튀김가루를 넣느냐’, ‘기름을 얼마나 많이 쓰느냐’ 같은 한 가지 비법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전을 부칠 때 가장 효과를 보고 꾸준히 사용하는 방법은 오히려 간단합니다.
얼음물을 쓰고, 재료의 물기는 줄이고, 반죽은 젓가락으로 살살 섞는 것.
다음에 전을 부칠 때 평소처럼 반죽을 완전히 매끈하게 만들려고 휘젓고 있었다면 한 번만 멈춰보세요.
가루와 재료가 섞였다면 그 정도에서 끝내고 바로 부쳐보는 겁니다.
바삭한 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더 넣을지 고민하기 전에, 반죽을 너무 열심히 섞고 있지는 않았는지부터 확인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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