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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먹으려고 포장을 열었는데 갈색 표면에 하얀 가루나 얼룩 같은 것이 생겨 있으면 선뜻 입에 넣기 어렵습니다.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초콜릿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런 변화는 대부분 초콜릿 블룸(chocolate bloom)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블룸은 크게 지방 성분 때문에 생기는 팻 블룸(fat bloom)과
수분의 영향으로 설탕 결정이 생기는 슈거 블룸(sugar bloom)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블룸 자체라면 초콜릿이 상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캐나다 식품검사청(CFIA)도 초콜릿 블룸은 맛이나 품질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건강상의 위험을 일으키는 현상은 아니며 먹거나 베이킹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초콜릿이 하얗게 변하는 첫 번째 이유, 팻 블룸
초콜릿에는 코코아버터라는 지방이 들어 있습니다.
초콜릿이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보관 중 온도 변화가 반복되면
코코아버터의 결정 상태가 달라지고 지방이 표면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결정화될 수 있습니다.
이때 초콜릿 표면이 원래의 매끈하고 짙은 갈색 대신 희뿌옇거나 회백색을 띠게 됩니다.
이것이 팻 블룸입니다.
표면 전체가 뿌옇게 보이기도 하고 하얀 줄이나 불규칙한 얼룩처럼 나타나기도 합니다.
Guittard의 초콜릿 블룸 안내에서는 손으로 만졌을 때 흰 부분이 체온에 녹는다면 팻 블룸일 가능성을 판단하는 단서로 제시합니다.
저 역시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많이 쌓아놓고 먹는 편은 아닙니다.
가끔 먹으려고 꺼냈을 때 이런 하얀 표면을 발견하면
아무리 블룸에 대해 알고 있어도 순간적으로 '이거 먹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얗게 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상했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설탕도 초콜릿을 하얗게 만들 수 있다
제가 알고 있던 것처럼 초콜릿 속 당 성분도 하얀 표면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하게 말하면 단순히 '설탕이 녹았다 굳는다'기보다 수분이 개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초콜릿 표면에 수분이 생기면 설탕 일부가 그 물에 녹을 수 있습니다.
이후 수분이 증발하면 녹아 있던 설탕이 표면에서 다시 결정화하면서 하얗고 거친 흔적을 남깁니다. 이것이 슈거 블룸입니다.
특히 차가운 곳에 있던 초콜릿을 따뜻하고 습한 공간으로 갑자기 옮겼을 때는 표면에 결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팻 블룸과 비교하면 슈거 블룸은 만졌을 때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거칠거나 알갱이가 느껴지는 표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같은 흰색이라도 원인이 다릅니다.
- 희뿌연 막이나 얼룩이 생기고 손의 열에 녹는 느낌 → 팻 블룸 가능성
- 하얀 결정이나 가루처럼 보이고 표면이 거칠게 느껴짐 → 슈거 블룸 가능성
- 솜털처럼 자라난 물질, 이상한 색의 증식, 불쾌한 냄새 등 다른 이상까지 있음 → 단순 블룸으로 단정하지 않기
겉모습만으로 100% 판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므로 애매하다면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렇다면 초콜릿 곰팡이는 어떻게 구별할까?
제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하얀 것은 블룸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고 있더라도 모든 변색을 무조건 블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적인 초콜릿은 수분이 적어 미생물이 자라기 쉬운 식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견과류나 과일, 크림 등 다른 재료가 들어간 초콜릿은 제품의 특성과 보관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초콜릿을 확인할 때는 흰색 여부만 보지 말고
표면의 형태, 냄새, 포장 상태, 속재료의 상태와 소비기한·보관방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평한 회백색 막이나 결정이 생긴 정도라면 블룸의 특징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솜털처럼 입체적으로 자라난 것이 보이거나 녹색·푸른색·검은색 등의 이상한 변색이 함께 나타나고,
평소와 다른 냄새나 속재료의 변질까지 확인된다면 블룸이라고 생각하고 먹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곰팡이 문제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대응 방법도 다릅니다.
빵처럼 부드럽고 다공성인 식품에 곰팡이가 보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식빵 냉장보관이 오히려 맛을 떨어뜨리는 이유, 냉동보관과 다른 점에서도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하얗게 변한 초콜릿, 그냥 먹어도 될까?
확실한 블룸이라면 먹는 데 문제가 되는 현상은 아닙니다.
다만 처음 샀을 때와 품질까지 완전히 같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표면의 광택이 사라지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나 초콜릿이 부러지는 느낌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대로 먹었을 때 식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버리기보다 녹여서 사용하는 요리나 베이킹 재료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캐나다 식품검사청에서도 블룸이 생긴 초콜릿을 베이킹에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반대로 '블룸은 안전하다'는 말을 '오래된 초콜릿은 전부 안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블룸인지 확신하기 어렵거나 제품에 곰팡이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고,
포장이 손상됐거나 보관 상태를 알 수 없다면 굳이 먹어서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콜릿을 냉장고에 넣으면 블룸을 막을 수 있을까?
초콜릿 보관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차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의 큰 변화를 줄이는 것입니다.
CFIA는 초콜릿 블룸을 줄이려면 지속적으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도록 안내합니다.
특히 슈거 블룸은 수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차가워진 초콜릿을 바로 꺼내
따뜻하고 습한 공기에 노출시키면 오히려 표면에 결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냉장보관이 필요한 환경이라면 밀폐해 외부 수분의 영향을 줄이고,
꺼낸 뒤에도 바로 포장을 열기보다는 밀폐된 상태에서 온도가 올라오도록 기다리는 방법이 결로를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결국 초콜릿 표면이 하얗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흰색이니까 상했다'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하얗게 변했는가'입니다.
매끈한 회백색 막이나 얼룩, 건조한 설탕 결정처럼 보인다면 블룸을 먼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솜털 같은 성장물이 있거나 이상한 냄새, 속재료 변질 등 다른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블룸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먹으려고 아껴둔 초콜릿에서 흰 얼룩을 발견했다고 바로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블룸과 실제 변질의 차이를 알고 확인하면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괜히 버리는 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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